하루에 이름을 붙여주기

2023.01.01

2023년 새해를 맞이하며, 새해에 실천하면 좋을 만한 것을 공유해본다.

1. 의문

  • 한 주가 끝날때마다 드는 생각. "이번 주는 뭐했나?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일주일이 후딱 지나버렸다."
  • 하지만 하루 단위로 보자면 당장의 오늘은 꽤 길게 느껴질때도 많고, 우리가 매일을 허투루 사는 것도 아니다.(대개는 빡세게 하루를 살아내느라 퇴근하고 밥먹고 씻고나면 하루 끝)
  • '바쁘게 계속 뭔가 했던 하루' vs '한 것도 없이 가버린 한 주(or한 달)'은 모순적이지 않나?

2. 가정

  • 우리가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는 판단은 어쩌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 생긴 착각아닐까?
  •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고 오늘을 돌아보며 일기를 쓰는 것이 그 자체로 주요 할일이었던 어릴 때와 달리, 지금은 시간/에너지/의욕 등의 이유로 지나간 시간을 다시 보는 건 잘 안 한다.

3. 실험: 하루에 이름을 붙여주기

  • 하루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었다.
  • '매일 그날을 회고하며 일기쓰기'를 하면 가장 좋으나, 이건 몇번 해보니 실천하기 어려웠다.
  • 매일 하루를 '그날 있었던 좀 특별한 or 기억할만한 일'로 간단히 이름을 붙여주기로했다. "가계부를 쓰기 시작함", "가족과 부안으로 여름 휴가를 감", "푸시업 50개를 처음으로 성공" 정도라고 쓰는 것은 별로 큰 노력이 들지 않았다.
    (나는 온라인 캘린더에 기록했으나, 수첩과 펜으로도 가능하므로 특정 형식/도구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 매일 특별한 일이 생기는 건 아니라 안 쓰는 날도 꽤 되었지만, 그래도 1주일에 1~2번은 이벤트라 할 만한 일이 있었다.

4. 효과

매 주를 마치며 드는 자괴감이 줄어들었다.

우리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많이 해내며 살고 있었다. "흠.. 이번 주도 별로 한 것도 없이 보냈구나"라고 생각하며 실제 기록을 보면, "음.. 생각보다 꽤 많은 일이 있었는데?"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주간 기록 이것을 정신 승리라고 한다면, 그래도 최소한 '데이터 기반'의 정신 승리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라이프 로깅(Life Logging)을 할 수 있다.

기록이 월 단위로 쌓이고 한 달 이상이 지나면 다른 의미로 느껴진다.
월간 기록 보통 2주만 지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하기에, 기록하지 않았다면 있었는지 조차 기억도 안 나는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라이프 로깅(Life Logging)을,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내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연 단위 회고에 최고다.

연말이 되면 슬슬 지난 해 회고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해야하는데, 1년을 제대로 돌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성실히 기록했던 사람이라면 기록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어서 힘들 것이고, 기록을 안 했던 사람은 정말 큰 이벤트가 아니면 기억을 못하거나 그나마도 누락이 많아 내가 보낸 1년을 부당하게 과소평가하며 자괴감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하게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 이름 붙이기'는 그런게 없다. 1년이라 해봐야 많아봐야 300문장만 다시 훑어보면 끝이다.

5. 결론

지나간 시간은 가만히 두면 대부분이 기억 너머로 사라진다.
시간에 이름을 붙여주는 행위는 내 소중한 시간들을 기억하고 꿰어 보관할 수 있게 해준다.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유명 시구처럼, 그냥 두면 잊혀지고 사라졌을 시간들에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그것은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주며 내 곁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

글쓴이쿠스, Qus
직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빅해킹(Civic Hacking)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