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면 좋은가

싫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나와 당신에게
2021.02.14

요즘 자꾸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속이 좁은 사람인가?

소위 소인배, 밴댕이, 새가슴이라고도 하는 그런 사람인 것은 아닌가?

앞으로 계속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면서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의 영향력도 점점 커질텐데, 지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돌아보고 인간관계에 있어 새로운 원칙을 세워 보기로 했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포용력에 대한 이야기면서, 또 처세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메인이미지

무엇이 문제인가?

내가 새가슴이 아닌가 돌아보게 된 계기는

"타인에게 너무 까다롭다"
"(상대가 최악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종종 적을 만든다"

라는 지인들의 무언의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놓고 말하진 않았으나 그런 눈치가 있었달까..)

내 딴에는 정의, 공정성 같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기준으로 했던 말과 행동이었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스스로가 작고 편협한 사람이라는 자괴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은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에 대한 문제였다.

그리고 이 문제는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었다.

1) 타인에 대한 잣대(평가기준)은 어때야 하는가?
2) 그 잣대를 벗어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잣대

1) 타인에 대한 잣대(평가기준)에 대하여

살다보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을 갖게 된다.

내게 그 기준 중 인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 하나는 '약자에 대한 태도'다.
후배, 동생, 노인, 반려동물 등 자신보다 물리적/사회적으로 약한 대상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진짜 인성이자 본성이 나온다는 판단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항상 옳았다.

이외에도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잣대들이 있다.
다만 이것은 내 행동의 기준이자 세계관이며 가치관에 기반하기 때문에 이것을 건들기는 정말 어렵다.

잣대를 바꾸기는 어렵다면, 중요해지는 것은 '잣대를 벗어난 사람에 대한 태도'이다.

2) 잣대를 벗어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잣대를 벗어나는 사람. 그냥 쉽게 말해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되는것일까?

보통 대인관계에 관한 처세술에서는 '포커페이스'를 강조한다.
싫어도 티내지 말고 감추라는 것.
심지어 최악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를 원수로 만들지는 말라는 것.

그러나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이 방법에 계속 실패했다.
표정과 태도에서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하고 싶은 말도 잘 참지 못했다.
그 결과 서로 원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몇 만들었고, 인간관계의 범위도 좁혀지곤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포커페이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해법이 필요했다.

아래는 내가 시도해보려는 '다른 해법들'이다. (물론 나는 이 방면에 여전히 미숙하므로 검증된 방법들은 아니다)

(1) 마음을 감추려하는 대신 마음을 닦는다.

속마음을 감추기 어려워하는 내게 크게 도움을 준 문구가 있었다.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책의 한 대목이다.

"처세술의 황제라해도 마음을 완벽히 감추지는 못한다.
그러니 마음을 감추는 것을 연습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닦아라.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해도 타인을 미워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한다.
섣불리 평가하려하기 보다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교감해야한다.
그래야 다른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대한다."

유시민 선생 본인이 특유의 (사실이지만)날카로운 말들로 구설수에 올랐던 과거가 있었기에 더 와닿는 말이었다.

타인을 "사람은 마땅히 ~~해야한다"라는 기준으로 보지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고 이해하고 교감해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살다보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도 있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내가 해야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이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뒷담화를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또는 당사자의 해명을 들어보지 않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뒷담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뒤에서 하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을 자초한 것은 본인이고 그래서 이런 것 또한 본인이 감당해야할 피드백(?) 같은 거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뒷담화는 재미가 있었다. 내면의 공격성을 분출할때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동시에 비난하고 비판할 공동의 적을 두고 유대가 깊어지는 느낌도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뒷담화를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라는 식의 근거가 빈약한 성인군자같은 말은 내게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그러다 지금은 뒷담화를 하면 안 되는 몇가지 확고한 이유들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이유1) 사람은 움직이는 거야.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는 원칙은 냉혹한 국제 관계에서 뿐만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적까지는 좀 과장이고, 관계가 좀 소원해지는 정도?)

지금은 엄청 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는 뜸해지는 상황이 사회에서 얼마나 흔한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하는 뒷담화는 훗날 내가 누군가에게 떳떳하지 못하게 만드는 내 약점이 될 수 있다.

이유2) 사람이 항상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건 내가 비교적 최근에 겪으며 조금 놀랐던 사실인데, 뒷담화를 꺼낸 사람이 본심이 아닌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거짓으로 속이려 했을 수도 있고, 얘기할때는 진심이었으나 나중에 상황이 바껴 마음이 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우가 어찌되었든 내가 그것에 동조하거나 그것을 기반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우스워지거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간접적으로 듣는 평가는 참고만할 뿐 그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유3) 사실을 알기위해서는 양쪽 모두의 입장을 들어야한다.

누군가를 정당하게 평가하려면 사실에 기반해야하며, 사실을 알기위해서는 한 쪽의 의견만을 들어서는 안 된다. 다른 쪽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서 뒷담화는 부당한 평가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뒷담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정리

긴 생각을 거쳐 결론으로 내가 만든 원칙은 2가지 이다.

1. 기준은 갖되, 평가하지 말 것
2. 마음을 숨기려는 대신 마음을 닦을 것

새로 만든 원칙으로 넓은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며, 많은 의미있는 것들을 할 것이다.

글쓴이쿠스, Qus
직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빅해킹(Civic Hacking)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