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고 위대한 음악가로 평가 받는다.
그런 평가를 받는 여러 이유 중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부분은 그가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작품으로 생각한 최초의 음악가라는 점이었다.
모짜르트, 하이든, 바하 등 베토벤 이전에도 훌륭한 작곡가들은 많았다.
다만 그들은 의뢰인의 주문을 받아 음악을 만들었고, 의뢰인이 원하는 아름다운 선율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특히 특정 기관에 소속된 작곡가로 활동하는 경우는 그 계약 내용이 아티스트로서는 꽤 굴욕적인 내용이 많았다고 한다)
베토벤은 달랐다.
그는 주문 제작을 거부하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를 원했다. 자신의 목소리와 색깔을 음악에 넣었다. 그저 듣기 좋은 가볍고 유쾌한 음악이 아닌, 프랑스 대혁명 등으로 대표되는 대변혁의 시대정신에 어울리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개성과 생각을 음악에 넣었던 최초의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자기 음악에 ‘작품 번호’를 매긴 작곡가도 베토벤이 최초였다.
(그 이전의 작곡가들은 자신의 음악을 작품이라기 보다는 주문제작된 후 한 번 연주하면 끝인 걸로 인식 했다고하며, 지금 불리는 작품번호들도 후대 연구가들이 붙인 것이라 한다)
베토벤의 등장이후 음악은 연회의 배경 음악이나 오락이 아닌, 그 자체로 향유할 예술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부분의 경우 회사에서 요청하는 것을 만든다. 그럼에도 나도 작품같은 것을 만들고 싶다.
사용의 기승전결이 있는 앱. 사용하고 나면 나와 공명하는 예술을 만난 것과 같은 충만함 같은 감정이 드는 앱을 만들어보고 싶다.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은 아트(Art)라기보단 엔지니어링이고, 엔지니어링은 주어진 자원과 환경의 제약 속에서 목표를 달성해야한다는 점에서 예술이라기보다는 생존 기술에 가까운 영역일 수 있다.
그리고 작품이라기보다는 제품(Product)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이상적이거나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올 해는 반드시 그런 앱을 만들어보고 싶다.
뜻 맞는 디자이너를 만나서 좋은 팀이 꾸려진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해도 외주를 해서라도 해봐야겠다.
- JTBC 차이나는 클라스 134화 ‘누구나 알지만, 그러나 잘 모르는 베토벤’ 편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빅해킹(Civic Hacking)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